예능 보고 수다떨기

남자의 자격, 환상을 보여주다.

ㅌntertainer 2009. 9. 23. 02:46

9월 20일 방송된 <남자의 자격>은 초보 샐러리맨의 환상을 담고 있었습니다.

특히 첫출근부터 기획회의에 참여하는 모습은 환상 중의 환상입니다.

심지어 김국진은 기획회의에서 발표한 기획안을 자신이 맡아 추진하기까지 합니다.

그것이야 말로 모든 신입사원들의 꿈이 아닐 수 없습니다.

 

 

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환상에 불과합니다.

신입사원의 말을 그렇게 열심히 경청해줄 리가 만무하니까요.

<남자의 자격> 속에서의 모습은 연예인으로서의 경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

가능했던 것입니다.

 

 

현실 속에서의 신입사원에게는 단순 보조 업무의 무한반복이 기다리기 마련입니다.

이경규는 팩스 업무를 보라는 장면에서 할 줄 몰라 당황했지만, 실제 신입사원들은

내가 이런 일이나 하려고 그렇게 공부하고 입사한 것이 아닌데 라는 자괴감에 곤혹

스러워하죠.

 

조직이란 참 무서운 것입니다.

왜냐하면 끊임없이 나를 버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.

대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조직이 바라는 모습이 아닙니다.

그런 차이가 날 때 결국은 내가 조직이 바라는 모습이 되야 그 조직에서 살아남습

다.

 

예능 프로그램도 그런 것 같습니다.

내가 바라는 캐릭터와 그 프로그램 속에서 구축된 캐릭터가 다를 때가 많습니다.

이승기가 <허당> 이미지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.

하지만 어땠습니까?

결국 이승기는 <1박 2일>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<허당>이라는 이미지를 자신

의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해서 살아남아 이제는 새롭게 방송될 <강심장>에서 강

호동과 더블 MC를 보는 단계까지 성장하게 되었습니다.

 

반면에 이천희는 <야심만만 2>에서 고백했듯이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<엉성> 이미지

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고, 결국 <패밀리가 떴다>를 떠나고 맙니다.

예능계라는 조직 속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합니다.

유재석도 지금이야 겸손한 국민 MC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, 이전에는 <메뚜기>로, 무

모한도전을 하는 <떨거지들>로, <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>로 소개되었습니다.

싫어도 그것을 조직에서 원하기 때문에, 또 그렇게 해야 자신을 알릴 기회를 가질 수

있기 때문에....

 

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각박하다 할찌라도 굳이 방송마저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.

<남자의 자격>을 보면서 사회 초년병들이 기분좋은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

니다.

어차피 닥쳐보면 알 것을 미리부터 겁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테니까요.

그러나 저러나 취업률이 높아져서 어려운 현실이라도 겪어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

생겼으면 좋겠는데.... 에휴.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