9월 20일 방송된 <남자의 자격>은 초보 샐러리맨의 환상을 담고 있었습니다.
특히 첫출근부터 기획회의에 참여하는 모습은 환상 중의 환상입니다.
심지어 김국진은 기획회의에서 발표한 기획안을 자신이 맡아 추진하기까지 합니다.
그것이야 말로 모든 신입사원들의 꿈이 아닐 수 없습니다.
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환상에 불과합니다.
신입사원의 말을 그렇게 열심히 경청해줄 리가 만무하니까요.
<남자의 자격> 속에서의 모습은 연예인으로서의 경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
가능했던 것입니다.
현실 속에서의 신입사원에게는 단순 보조 업무의 무한반복이 기다리기 마련입니다.
이경규는 팩스 업무를 보라는 장면에서 할 줄 몰라 당황했지만, 실제 신입사원들은
내가 이런 일이나 하려고 그렇게 공부하고 입사한 것이 아닌데 라는 자괴감에 곤혹
스러워하죠.
조직이란 참 무서운 것입니다.
왜냐하면 끊임없이 나를 버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.
대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조직이 바라는 모습이 아닙니다.
그런 차이가 날 때 결국은 내가 조직이 바라는 모습이 되야 그 조직에서 살아남습니
다.
예능 프로그램도 그런 것 같습니다.
내가 바라는 캐릭터와 그 프로그램 속에서 구축된 캐릭터가 다를 때가 많습니다.
이승기가 <허당> 이미지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.
하지만 어땠습니까?
결국 이승기는 <1박 2일>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<허당>이라는 이미지를 자신
의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해서 살아남아 이제는 새롭게 방송될 <강심장>에서 강
호동과 더블 MC를 보는 단계까지 성장하게 되었습니다.
반면에 이천희는 <야심만만 2>에서 고백했듯이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<엉성> 이미지
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고, 결국 <패밀리가 떴다>를 떠나고 맙니다.
예능계라는 조직 속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합니다.
유재석도 지금이야 겸손한 국민 MC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, 이전에는 <메뚜기>로, 무
모한도전을 하는 <떨거지들>로, <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>로 소개되었습니다.
싫어도 그것을 조직에서 원하기 때문에, 또 그렇게 해야 자신을 알릴 기회를 가질 수
있기 때문에....
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각박하다 할찌라도 굳이 방송마저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.
<남자의 자격>을 보면서 사회 초년병들이 기분좋은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
니다.
어차피 닥쳐보면 알 것을 미리부터 겁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테니까요.
그러나 저러나 취업률이 높아져서 어려운 현실이라도 겪어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
생겼으면 좋겠는데.... 에휴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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